63쪽: 텍은 페이지를 어떻게 만들까? 먼저 한 페이지에는 여러개의 문단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문단은? 여러개의 줄(line)들과 그 줄 사이의 간격으로 만들어지고, 각 줄은 여러개의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으로, 마지막으로 단어는 여러개의 문자로 만들어진다. 즉 아무리 복잡한 페이지라 할 지라도 간단한 문자와 그 문자들을 잘 붙이고 그 들사이에 간격을 두어 페이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텍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문자는 하나의 박스에 지나지 않는다. 텍은 문자를 박스로 취급할 뿐, 그 문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텍이 그 문자에 해당하는 박스를 만들어 놓으면, 그 박스에 문자를 채워넣는 일은 텍이 아닌 출력 장치가 알아서 할 일이다. 이렇듯 텍은 박스와 그 박스들을 서로 붙일 수 있는 풀만 있으면 아무리 복잡한 페이지도 만들어 낼 수 가 있고, 이를 텍의 용어로 나타내면 페이지는 박스(Box)와 글루(Glue)로 만들어 진다고 할 수 있다.

박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텍에서의 박스는 직사각형 모양의 2차원 물건이다. 특히 박스는 높이(height), 폭(width), 깊이(depth)의 세 가지 값을 가지고 있다. 박스는 이 세 가지 값 말고도 여러개의 박스를 잘 배치하기 위해서 reference point와 baseline을 가지고 있다. 그림으로 확인하자.

앞에서 언급했듯이, 텍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문자는 하나의 박스이다. 글꼴 설계자(font designer)들이 박스의 높이, 폭, 깊이를 정의 했고, 텍은 박스들을 서로 붙일 때 그 값들을 사용한다. 궁극적으로는 한 페이지의 모든 글자들의 reference point들의 위치를 구하기 위해서 그 값들을 사용한다. 텍에서의 문자 박스를 예를 들어보자. 플레인텍의 \rm 글꼴 (cmr10)에서 'h'의 높이는 6.9444 points이고, 폭은 5.5555 points 그리고 깊이는 0이다; 'g'는 4.3055 points의 높이와 5 points 만큼의 폭, 1.9444 points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두 문자 모두 10-point 크기의 문자임에도 높이와 깊이의 합이 10 points 가 되지 못한다. 단지 괄호와 같은 특수 문자들 만이 높이와 깊이의 합이 10 points가 될 뿐이다.

그리고 문자가 반드시 박스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자가 박스를 조금 벗어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들어 \sl 글꼴은 \rm 글꼴을 기울인 것인데, 이때 \sl 글꼴은 상자에서 약간 벗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텍은 \rm 이든지 \sl 이든지 글꼴을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두 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글꼴도 텍의 입장에서는 박스로 취급되기 때문에 같은 것이다.